프렌즈 1화를 보다가 '번역이 별로다' 생각이 드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프렌즈 1화의 거의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는 로스의 대사입니다. "try not to let my intense vulnerability become any kind of a factor here" 아래 사진은 넷플릭스에서 한국어 자막을 틀고 봤을 때 나오는 장면입니다. 위의 대사를 "나의 연약한 감수성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지만"으로 번역했더라고요. "흐음..?"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왜 그랬는지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여태까지의 모든 프렌즈 포스팅(오늘이 프렌즈 관련 7번 째 포스팅이군요)에서 그랬듯이 맥락을 먼저 보겠습니다. 제가 의역한 것을 대사 아래에 써놓겠습니다. "나의 연약한 감수성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지만"이라는 대사가 문맥상 잘 어울리는지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Ross: Okay. (They split it.) You know you probably didn't know this, but back in high school, I had a, um, major crush on you.
(오레오를 쪼개서 나눠 가진다) 있잖아, 네가 몰랐을 수도 있는데, 옛날에 우리 같은 고등학교 다녔을 때... 음... 나 너한테 엄청 반했었어. (엄청 좋아했었어)
Rachel: I knew.
알고 있었어.
Ross: You did! Oh.... I always figured you just thought I was Monica's geeky older brother.
알고 있었구나. 나는 그때 항상 네가 나를 모니카의 특이한 오빠 정도로만 본다고 생각했었는데.
Rachel: I did.
그랬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oss: Oh. Listen, do you think- and try not to let my intense vulnerability become any kind of a factor here- but do you think it would be okay if I asked you out? Sometime? Maybe?
음, 있잖아. 네 생각은 어때? 나의 연약한 감수성을 보여 주고 싶지는 않지만, 내가 혹시라도 언젠가(조만간) 데이트 신청하게 되면 그 데이트 신청 받아줄 수 있어?
Rachel: Yeah, maybe...
응, 그래. (언제가 될 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데이트 하자)
빨간 색으로 표시된 대사가 과연 위 문맥상 어울리냐는 말입니다. 어울리지 않는다는 건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로스의 저 대사 뒤에 관객들의 (녹음된) 웃음 소리가 나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저 번역으로는 웃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 어떻게 번역하고 이해를 해야 제대로 이해한 것이 될까요?
직독직해, 직역부터 해봅시다.
do you think- and / try not to / let / my intense vulnerability / become / any kind of a factor here
네 생각은 어때? - 그리고 / ~하지 않도록 해 / ...가 ...하도록 / 나의 극심한(심한) 상처받기 쉬움이 / 되도록 / 여기서 어떤 종류의 요인이
정리해서 적어보면
네 생각은 어때? 그리고... 나(로스)의 극심한 상처받기 쉬움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고...
* 어떤 포스팅 작성자 분들은 try not to를 '로스 자신이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는 식으로 해석해 놓으셨는데 저는 그게 잘못된 이해라고 봅니다. try not to 앞에 do you think 가 있고 로스가 any kind of a factor here이라고 문장의 끝 부분을 말할 때 레이첼을 쳐다보는 장면을 보면 try not to 는 '로스 자신이 ~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 아니라 레이첼에게 '~하지 않도록 해'라고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래 사진에서 로스의 손짓의 방향과 눈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보세요)
네 생각은 어때? 그리고... 나(로스)의 극심한 상처받기 쉬움이 지금 이 상황에서 어떤 종류의 요인이 되지 않도록 하고...
위의 직역을 가지고 의역을 해봅시다.
'나(로스)의 극심한 상처받기 쉬움' 이라는 말은 로스 스스로가 밝히는 '(부탁한 것을 거절당했을 때) 상처 잘 받는 자신의 성격'을 뜻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같이 보낸 레이첼은 어느 정도 로스의 상처 잘 받는 성격을 이미 알고 있었겠죠.
'지금 이 상황에서' 라는 말은 '로스가 레이첼에게 데이트 신청을 하려고 하는 순간'입니다.
'나의 극심한 상처받기 쉬움이 어떤 종류의 요인이 되는 것'은 '로스의 상처 잘 받는 성격이 데이트 신청을 받아 주거나 거절하는 데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을 뜻합니다.
위의 세 가지를 다 정리하면
'레이첼이 로스가 상처받을 것을 걱정한 나머지, 내키지 않으면서도 억지로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는 상황이 되는 것'을 말합니다. 로스는 그러한 상황을 원치 않는다는 거죠. 그러니까 "내가 거절당하면 상처 잘 받는 거는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원하지도 않는 데이트 신청을 받아주지는 마. 원하지 않으면 거절해도 괜찮아"라고 로스는 말하고 있는 겁니다. 이 말을 하고 난 뒤에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인 '조만간 데이트 신청해도 될까?'라는 말을 한 거죠.
시청자들(녹음된 웃음 소리)은 '로스가 자신의 잘 상처받는 성격을 무기 삼아 데이트 신청을 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결국엔 그 말(자신이 상처 잘 받는다는 말)을 하면서 데이트 신청을 하는, 그것을 이용 안 하는 것 같지만 결국 이용하고 있는 상황'에 웃음을 터뜨리는 겁니다. 우리도 그런 상황을 웃기게 보잖아요. 남자가 여자한테 데이트 신청하는 상황에서 남자가 "너, 나 상처 잘 받는 거 알지? 근데 거절해서 상처 줘도 괜찮아. 나랑 데이트 해줄래?"라고 물어보는 것을 보게 되면 '뭐야 이 남자ㅋㅋㅋ'하면서 웃게 되죠.
정리하자면, 제가 번역가였다면 위의 대사를 "내가 상처 잘 받는 건 사실이지만 그것 때문에 억지로 내 질문에 '응'이라고 답할 필요는 없어"라고 번역했을 것 같습니다. 너무 길긴 하네요. "내가 상처 잘 받기는 해. 근데 억지로 받아줄 필요는 없어"정도는 어떨까요?
자, 오늘 포스팅은 여기까지 입니다. 프렌즈로 영어공부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이전 프렌즈 관련 포스팅들도 많이 참고해주세요. (아래에 링크가 있습니다^^) 제 블로그를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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