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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카투사 시절

"어? 이 X끼 봐라? 피티 떨어졌다고(PT Fail)???" 카투사 자대 배치 첫날의 기억

by hooper 2021. 2. 17.

"예, 지금 신병 만났는데 말입니다, 이 X끼 피티(PT) Fail이지 말입니다."

 

카투사 자대 배치 받았던 날 절 데리러 왔던 선임이 절 데려가는 버스 안에서 더 위의 선임과 통화하며 했던 말입니다. 카투사는 핸드폰을 항상 갖고 다니니까 버스 안에서 통화가 가능했죠. (당시 저는 의정부 캠프 잭슨에서 카투사 훈련을 받고, 용산에서 수료식을 하고, 의정부 캠프 스탠리에 가서 일주일 정도 쉬며 군 물품을 받은 뒤, 동두천 55헌병 자대로 갔었습니다. 평택에 대부분의 부대가 있는 지금과는 다르긴 합니다.)

 

 

수료식을 마친 뒤 받게 되는 저의 신상에 관한 서류가 담겨 있는 종이봉투 겉면에는, 카투사 훈련소 한국 교관님께서 써주신 PT FAIL이라는 글자가 떡하니 있었습니다. 그걸 보고 선임이 흥분한 거(흥분한 척?)였죠. 

 

당시 같이 버스를 탔던 선임이 저를 버스 타고 가는 내내 갈궜던 기억이 납니다. '미쳤네 이거' 하면서 말이죠. 자기는 피티를 이렇게 높은 점수로 통과했다 하면서 떨어진 저를 욕하고, 훈련소 미군 교관이 팔굽혀펴기 카운트를 안 해주는 애가 걸려서 그랬다고 핑계 댔더니 '그건 핑계에 불과해'하면서 욕하고... 아주 자대배치 첫 시작부터 욕으로 시작됐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누가 욕 먹는 거 좋아하나요. 속으로 엄청 짜증났지만 자대 배치 첫날 신병이 뭐 그런 거 티를 낼 수가 있었겠습니다. 끄냥 무표정으로 티 안내며 참으며 버스를 타고 갔습니다. 

 

또 하나 갈굼 받았던 거는, 제가 제 신상 적는 종이에 취미를 '독서'라고 적었었는데, 당시 저를 데리러 온 선임이 국어국문학과여서ㅋㅋㅋ 저에게 '독서가 취미네? 어떤 문학 작품 좋아하는데?'라고 물어봤고, 제가 대충 얼버무리며 답해서 그 선임이 저를 또 갈궜었습니다. 아주 군대는 갈굴 거 찾는데 고수들만 모여있는 거 같았습니다. (물론 저 역시 나중에는 갈굴 거 찾기 고수가 되긴 했습니다. ㅋㅋㅋㅋ)

 

 

동두천에 도착해서도 소대 선임들의 갈굼은 계속됐습니다. 배럭 방 안에 있으면 한 두명씩 선임들이 찾아옵니다. 매번 피티 떨어진 거로 갈굼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동두천에서 몇 주 있다가 의정부 캠프 레드 클라우드로 내려가는 보직이었는데, 의정부가 동두천에 비해 훨씬 덜 빡셌기에(부대 규모가 작았음) 그거로도 은근 갈굼을 많이 당했습니다. 땡보라고..ㅋㅋㅋ 무튼 자대배치 첫 날의 기억은 갈굼 당한 것밖에 없습니다. 

 

첫날 선임의 일그러진 표정이었을까요, 저의 빡친 마음 속 표정이었을까요

 

물론 카투사는 일반 육군에 비해 선후임 관계가 훨씬 훨씬 덜 빡셉니다. 정말 편하게 지낼 수 있는 게 카투사입니다. 소속 부대마다 다르기는 하겠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훨 부드럽습니다. 좀 빡센 기간은 신병 기간 때고, 신병 기간 어느 정도 지나면 짖굳게 굴던 선임들도 짖굳 모드를 풀고 좋게 다가와 줍니다. 그래서 카투사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는 신병 때만 말 조심하고, 행동 조심해서 잘 넘기라!는 겁니다. 첫 인상이 사실 군대에서도 되게 중요하니까요. 첫 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저처럼 PT Fail이 써진 서류봉투와 함께 선임을 만나서는 안 됩니다.ㅋㅋㅋ 여러분! 카운트 잘 안해주는 교관을 만나도 쉽게 통과할 수 있을 정도로 피티 준비 평소에 빡세게 하십시오! 군대 가기 전부터 빡세게 하고, 그렇게 못했다면 육군 훈련소에서부터라도 빡세게 하십시오!

 

 

다행히 저는 PT Fail하고 자대에 갔어도 카투사 중대 지원대장님(육군 소속)이 신병 패스(주말 외박)을 보내주시긴 했습니다. (중대에 따라 안 그런 곳도 있을 수 있을 거 같아요.) 무튼, 신병 기간엔 피티 빡세게 한 기억이 대부분이네요. 보직 관련으로도 많이 배우긴 했지만. 다행히 자대 배치 후 첫 피티 시험은 잘 통과했답니다. 노력해서 이렇게 통과하면 선임들이 인정을 해주긴 합니다. 사실 모든 선임이 피티를 다 쉽게 통과하는 게 아니라 겨우겨우 통과하거나 통과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요ㅋㅋㅋ 지들도 피티 못하면서 갈구는 선임들도 분명 존재합니다.

 

음... 카투사 자대 배치 첫날에 관한 글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또 다른 포스팅으로 찾아올게요.

 

이전 포스팅들도 읽고 가세요! 6개나 썼었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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